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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아이가 아직 아기였을 때의 얘기.
조카가 비디오 플레이어 안에 식빵을 집어넣어 망가뜨린 적이 있다면서 남편은,
“우리 ○○이는 언제 커서 식빵을 구겨 넣어 보나?^^”
하면서 사고치는 모습도 빨리 보고 싶은 초보 아빠의 마음을 드러낸 적이 있다.
아빠의 소박한 바람과 달리 아이는 자잘한 사건 사고 없이 얌전하게 컸다. 지난 중간고사 마지막 날에 거실에 있는 스탠딩 스피커를 쓰러뜨려서 두 동강 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피커에 직접적으로 화풀이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험 결과로 받은 속상함, 안타까움 등등의 감정이 아이의 행동에 반영되었을 터, 격한 감정만큼 격해진 동작으로 스피커 옆 리클라이닝 의자에 털썩 아이가 앉았고, 의자를 휙~ 하고 돌렸을 뿐인데, 그 반동이 어마어마해서 스피커가 거실 바닥에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스피커와 받침대는 4개의 나사로 연결되어 있는데, 3개는 통째로 빠지고 한 개는 나사가 두 동강이 난 채로 분리되었다.
기계공학부 학생인 아이의 과외선생님이 보고 고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남편이 수리해서 겨우 제자리로 돌려놓았는데, 오늘 다시 아이는 이 스피커에게 두 번째 상해를 가하고 말았다.
중간고사도 그 무엇도 없는 평화로운 주말 아침, 그저 리클라이닝 의자에 앉아서 평소 습관대로 가볍게 회전을 주었을 뿐인데, 제대로 회전도 못하고 죄 없는 스피커만 또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지난 중간고사 마지막 날보다 더 격하게 ‘쿵!’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으므로, 이번에는 회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리클라이닝 의자의 회전반경에 스피커를 세워 둔 나의 잘못이다. 등받이가 벽 가까이 붙어있을 땐 떨어뜨려 놓고 앉아야 한다는 건 어른인 나만의 생각인 걸 생각못했다. 거실 바닥에 부릅뜬 눈동자 같은 상흔까지 남겼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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