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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커밍아웃' 한 날

솔초 2019. 12. 19. 20:57

20191219
뮤트가 되다 말다 한다. 뒤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코드를 잡을 때 운지가 부정확해서 이도 저도 아닌 소리가 난다.
두 번째 솔로 부분에선 빨라진 속도를 손가락이 감당하지 못해서 절반밖에 치지 못했다.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고 빨리 이 마디가 지나갔으면 싶다. 아이는 이미 멜로디를 외워서 여유 있게 치는데, 나는 코드를 한 장에 적어놓은 종이를 뚫어져라 보고 쳤다.
16개의 코드가 108개의 마디에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는데, 이게 비슷비슷하게 보여서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헷갈렸다.
어느 부분에선가는 아이와 서로 다른 마디를 치는 사태가 발생, 이미 친 코드를 다시 치면서 겨우 같이 맞춰가기도 했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제가요, 바빴거든요. 연습을 많이 못 해서......'라고 말이다.

연습을 못 하다니? 나는 엄청했다. 3주 가까이 운동도 줄여가면서 나름 연습을 했고, 점점 더 연습량도 늘렸다. 다른 곡을 이 정도로 연습했다면 벌써 악보 정도는 외웠을지도 모른다.
108개의 코드를 빠뜨리지 않고 다 챙겨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처음 가 본 것이 그저께 저녁.
하지만 그건 내 사정이다.

내가 기타를 조금은 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수강생들 앞에서 거의 커밍아웃 수준의 연주를 보여 주었다.

차라리 후련하다. '현재 내 기타 실력이 이 정도예요.'라고 얘기해 버린 것 같아서~

최소한 26일엔 오늘보다는 나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리허설' 을 위해 꺼내놓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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