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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김정자가 속상해하는 날

솔초 2019. 12. 16. 23:31

20191216
지난 주 초엔 미세먼지가 많아서 못 갔다고 하셨다. 며칠 미세먼지가 많기는 했다.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주 중반엔 사진이 없어서 안 가셨다고 한다. 사진? 접수도 안했는데 회원증 만들 걱정을 먼저 하시다니. 아버지께 오래 전의 정보를 듣고 사진이 없으니 안 되겠구나 접으셨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면 되는 일이지만, 지금 찍을 생각은 또 없어서 결국 안 가신 것이다.
내가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몇 년 전엔 사진이 필요했던 게 맞지만, 지금은 복지관에서 무료로 찍어 드리니까 상관없다는 답변을 주었다. 전화 한 통 해서 확인하면 될 일을 안 되는 쪽으로 몰고 가신다. 내가 알아봐 드리니까 '이러다 진짜 다니게 생겼네' 하고 겁이 나신 걸까?

이래저래 복지관 가는 날이 미뤄져서 어제는 아침 먹고 바로 가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침에 운동을 가느라 또 못 갔다고 하신다. 오후에라도 가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오후에는 가면 안 되는 줄 알았다고 둘러대신다. 에고고~~

엄마가 복지관에 다니시겠다고 선언하신 게 지지난 주 토요일이다.
엄마의 '얘기'가 내 귀에 '선언'으로 들린 건 예전에 말씀드렸을 땐 갈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을 대시면서 안 가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이유들이 지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나빠졌을 텐데도 가겠다고 하시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번엔 진짜 가시겠구나 느껴져서 엄마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복지관을 알아 보았고, 길을 여러 번 건너지 않아도 되고 20분 정도만 걸어도 되는 곳을 찾아 알려드린 건데, 이럴 땐 내가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구나 생각이 든다.

하시겠다고 해놓고 말뿐인 일들이 어디 복지관 뿐일까?
안타깝다. 엄마가 도전해 볼 작지만 소중한 기회들이 과거로 과거로 자꾸 흘러 들어간다.

살던대로 살고 싶은 마음은 더 나아질 수도 있는 삶을 사는 걸 가로막는다. 내가 자식이어서 효도하느라 우리 엄마를 피곤하게(?) 해드리는 건 아니다.
효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하지 않으면 이런 제안을 해 줄, 사람이 잔소리 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이다.

엄마를 위한 일들을 알아보고, 전화하고, 잔소리하는 수고까지는 몰라주셔도 괜다.
하지만 남은 김정자의 인생을 몰라주시면 안 된다. 그러면 김정자(엄마의 이름)가 속상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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