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1213
기타를 치다 말고 와서 방에 누워버린 날도 많았다. 아끼는 기타인데도 몆 번은 던져버리고도 싶었다. 진짜 던지지는 못하고 식탁 위에 기타를 거칠게 올려놓기는 했다.
내 능력을 넘어서는 곡을 파고들던 때가 사오 년전 쯤? 손으로는 치면서도 마음은 자꾸 도망칠 궁리를 했다.

데파페페의 'One' 을 연습한 지 1주일 만에 겨우 전곡 4분 20초 중 40초 분량, 12마디를 외웠다.
이 12마디는 햄머링과 슬라이드로 장식된 8분음표와 8분쉼표, 16분 음표와 16분 쉼표로 구성되어 있다. 음을 기억하기도 벅찼던 이 12마디를 나 자신과 기타를 괴롭혀가며 해냈다. 남은 3분 40초는 덜 괴롭힐 것 같다.^^

한 번도 쳐보지 않은 곡을 혼자서 파악하고 익혀가는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1. 입으로 음을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충분히 듣는다.
땅 위를 두 발로 걷듯 손가락 끝으로 음을 따라 걷는다.

2. 복잡하게 생긴 길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여러 번 그려볼 것이다.
0.5배속으로 듣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부분은 구간 반복을 해서 귀에 익을 때까지 듣고 또 듣는다.

곡이 어려워서, 연습할 엄두가 안 나서 포기할 뻔 했었다. 한 고비를 잘 넘어가 준 내 자신이 너무 기특하다.

'하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운 날  (0) 2019.12.15
이미 연주는 시작된 날  (0) 2019.12.14
손바닥이 까진 날  (0) 2019.12.12
감쪽같은 날  (0) 2019.12.11
붉은 옷을 생각해 보는 날  (0) 2019.12.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