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된 날...

20191116

"저, 항공 관련 책 좀 찾아 주세요"

자주 들르는 2학년 여자아이다. 조금은 친해졌다는 생각에 리액션을 해주고싶은 마음이 생겨서,

"스튜어디스 관심 있구나?"
말해 놓고 아차 싶어서 얼른 다시,
"아,  승무원?"
하지만 스튜어디스나 승무원이나 결국은 같은 말.

남학생이었다면,
'너 스튜어드 관심있구나?'
라고 범위를 좁혀서 굳이 얘기 했을까?

나의 꼰대스러운 리액션에 굴하지 않고
아이는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저,  조종 너무 하고 싶어요."

내 맘대로 아이가 조종사가 꿈 일리 없다고 재단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반응했던 것이 너무 미안핬다. 나의  반응은 무지 촌스러웠다. 부끄러웠다. 지역사서 일을 하고 있다고 나를 쌤이라 부르면서 따르던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의식적으로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해도 살면서 내가 받아온 교육과 경험을 뛰어넘지 못하면 난 꼰대로 살 수 밖에 없겠구나~~ 점점 더 꼰대가 되겠구나~

그나마 빨리 알아차리고 반성한 나는 꼰대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여자아이가 빌린 책은 '파일럿의 진로탐색 비행'과 '비행기조종 교과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