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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화가 '모지스'를 읽은 날

솔초 2019. 10. 26. 22:23

20191026


도서관에서 이용도서를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최근에 자화상 그리다가 당신 얼굴이 사람이 안 되고 산도적에 돼지코가 자꾸 되어서 속상했다는 우리 엄마, 김정자! 엄마를 떠올리면서 보니까 그림보다 모지스의 삶이 더 눈에 들어왔다. 엄마를 마음에 두고 읽다 보니 내 엄마와 모지스의 공통점도 여러 개 찾을 수 있었다.


1 딸 애나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한다. 오래전 엄마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고, 자수가 취미인 엄마에게 현명한 딸, 애나는 털실로 그림을 그려보라는 창의적인 제안을 한다. 

딸의 제안에 모지스가 바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딸이 죽은 뒤 거처를 옮겨 아들 집에 머물던 중 손자의 방에 있는 미술도구를 보고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죽은 애나가 제안한 털실 그림이 떠올랐을 것 같다.

봄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내가 7년 전 글을 쓰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기 시작한 엄마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2 미술 중개상이 모지스를 화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가족들은 믿지 않았다고 한다.

칼럼니스트가 우리 엄마의 일기책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평범한 네 엄마한테 왜 그러냐고 매우 의아해하셨다. 아버지는 대단하고 많이 배워야 인터뷰이가 되고 잡지에 실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아버지와 반대다.^^


3 모지스 할머니 75세에 그림을,  울 엄마는 82세에 글쓰기를 시작하셨는데, 그림 그리기와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적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의 그림을 '나이브 아트(Naive art)', '소박파(素朴派)'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4. 모리스는 92세에 자서전 <내 삶의 역사 My Life's History>를 출간했다.

일기책 <김정자와 하숙생 BB>를 가족 소장용으로 냈지만, 계속해서 일기를 쓰시면 대하소설 같은 개인의 역사를 담은 일기책이 나올 수 있다. 그 또한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학노트 4쪽 분량으로 자서전도 써놓으셨다.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 되지 않더라도 나는 엄마가 계속 숨 쉬듯이, 밥먹듯이, 매일 오후 3시경에 아중저수지를 돌듯이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5. 모지스는 93세에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되었다. 김정자는 휴먼 에이드(11월 초에 나올 vol.5호)의 칼럼인 <이혁재의 별별 여행기>에 나올 예정이다.^^


모지스 할머니와의 공통점을 굳이 찾아본 건 내 엄마가 이 글을 읽고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런 분의 이야기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주저하는 엄마에겐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지스 할머니는 101세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1600점의 그림을 그렸고,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에 그렸다고 한다.

김정자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되어 '내 삶의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트메신저, 이소영님이 쓴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에 실린

그녀의 마지막 작품,'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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