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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그저 바라보는 날

솔초 2019. 8. 30. 23:40
20190830

지난 봄에 한달간 하던 '픽션들'의 필사는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 것도 있지만, 읽게 되거나 읽어야 할 책들이 자꾸 생겨나면서 밀려났고, 아직까지 다시 시작할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의 경우 그 달의 도서를 둘러 싼 다른 작품도 같이 읽다 보니 읽을 책이 두세 권은 된다. 주변 도서를 읽는 건 필수도 권장사항도 아니지만, 더 잘 읽고 싶어서 내가 챙겨읽다보니 그리 되었다.

7월에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예로 들면, 최초의 서간체 소설인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나, '가난한 사람들'에 언급된 고골의 '외투'를 같이 읽는 식이다. 파멜라의 경우 책을 많이 읽은 다른 회원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이런 정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파멜라처럼'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파멜라는 1,2권으로 되어있는데 2권은 아직 읽지 못했다. 아마 못 읽을 것 같다.ㅎㅎ)

8월의 도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이었다. 구성원 중의 한 사람이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말할 때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말하길래 이미 읽은 책인데도 한번 더 넘겨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도 읽게 되고...
어려서 동화책으로 본 게 전부인 '돈 키호테'도 비슷한 이유로 시작해서, 이제 40페이지를 남겨둔 상태다.
'분신'과는 상관없지만 제인오스틴의 '오생거 사원'도 독서모임 탓에 읽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확장해가며 읽는 건 매우 재미있지만 체력적으로는 좀 많이 힘들었다. ㅋㅋ

그래도 독서모임에서 언급되는 책들은 지금처럼 부지런히 쫓아가며 주변도서까지 읽을 것 같은데, 지금 6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나를 독서모임에 초대했고, 그보다 훨씬 전엔 내게 독서중독을 권한 지인의 제안이다.

9월부터 하루 20페이지씩. 600페이지니까 한 달 내내 읽게 될 것다. 오늘과 내일 이틀 남은 8월엔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영어로 된 목차를 외우고, 자신이 발제해 놓은 수십 페이지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했다. 읽고 끝이 아니라 그날 그날의 소감을 아마도 톡방에 풀어놓게 될 것이다. 한 번도 관심갖지 않던 윤리, 도덕, 정치에 관한 얘기들이다.

'안 읽어!!' 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싶지가 않았다. 왜 이렇게 내게 읽으라고 하는지 직접 알아내고 싶어졌다.
아직 엄두가 안 나서 바라보고만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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