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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청소하는 날

솔초 2019. 8. 14. 21:53
20190814
8시 55분 출근하자마자 출입문을 홯짝 연다. 모든 창문을 열고 환풍기 두 대를 돌린다.  보통은 30분 정도 환기를 시키는데,  첫 이용객이 언제 들어오느냐에 따라 환기 시간은 달라진다.
오늘은 한 가지 과정을 추가했다. 개학맞이 대청소. 그동안은 사서쌤과 같이 있는 날 하거나 혼자 부분적으로 청소를 했었지만, 어제는 이용객이 너무 많았다. 개학날 사서쌤이 하실 수도 있지만 방학 내내 근무를 했으니 내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언제 첫 이용객이 올지 모르니 서두른다. 모든 책상과 선반 위의 먼지를 닦는다. 책상닦기가 끝나고나니 9시 20분. 아직 아무도 안 온다. 
부직포를 끼운 밀대로 더러움이 심한 곳부터 닦고나니 9시 40분. 다행히 아무도 안 온다. 책상 밑이나 서가 아래 쪽으로 밀대를 넣어서 먼지 덩어리를 끌어낸다.
부직포의 바닥면을 보면 먼지와 머리카락이 가장 많이 붙어있다. 지우개 가루,  종이조각, 부러진 샤프심, 음료수 팩에서 떨어져나온 비닐 조각, 작업하다 떨어뜨린 코팅필름, 과자부스러기,  죽은 파리 세 마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세한 조각들,  귀고리 한 짝과 조그만 십자가도 있다.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에어컨과 환풍기바람을 타고 도서관 실내를 붕붕 떠다녔을 것들, 그들 중 일부는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의 들숨에 섞이기도 할 것이다.

부직포에 달라붙는 건 고운 먼지와 머리카락 정도라 그 외의 것들은 휴지로 훔쳐낸다. 그래도 남는 것들은 책상을 닦고 난 물티슈로 다시 훔쳐낸다. 쓰레기통을 발로 밟아 내용물의 부피를 줄여놓는다.  마지막으로 책상을 닦던 남은 물티슈로 쓰레기통 주변을 닦는다. 

9시 55분, 학생 한 명이 들어온다.
"오늘 도서관 하는 거 맞아요?"

휴관일 대청소로 생각한 것 같다. 에어컨이 도는 실내에서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1시간 동안 하고나니 내 기분이 더 좋아졌다.
도서관 이용객이 이용하는 화장실 휴지가 있는지 살피고, 도서관 앞 복도의 등이 켜져있는지 확인하고, 도서실 앞 베란다 화분들의 흙이 말랐는지 만져보는 것도 나의 일.

나는 일하면서 감사하게도 배우기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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