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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폭망인 날

솔초 2019. 8. 12. 17:13
20190812
내 된장 항아리에 애벌레들이 살고 있다.  지금껏 이틀에 한 번씩 된장과 간장 항아리를 살폈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뚜껑이라 뚜껑을 열지 않고 확인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니지. 조그만 알이었을 땐 열어보았다 해도 내 눈에는 안 보였을 것이다.
이틀에 한 번은 하얀 막을 걷어내야 하는 간장항아리와 달리 된장이 관리하기 쉽다고 생각해서 쓰윽 보고 지나칠 때가 많았다.

파리가 알을 낳을 수 있으니 항아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메주 며느리에게 들었을 때도, 그건 최악의 경우이지 내게도 생길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살고 있었길래 저렇게 길고 통통할까? 금요일 아니 토요일, 오전에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애벌레의 몸길이가 2cm는 되어 보였다. 항아리 구석구석까지 살피지는 못했지만 10마리 가까이 되어 보였다.

 


'아! 망했다.'

 


작년 11월부터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이제 한 달 후면 먹을 수 있는데 이런 재앙이ㅜㅜ
하지만 이 애벌레를 어찌하지도 못하고 항아리에 그대로 둔 채 출근을 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꿈틀거리는 10마리를 젓가락으로 건져 올릴 자신이 없어서다.
옆에 있는 간장 항아리가 걱정돼서 점심시간에 집에 들렀다. 일단 이놈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된장 항아리를 테이프로 밀봉해 두었다. 간장이라도 살려야 한다.

 


나의 된장 항아리 사태를 된장 방 단톡에 올렸더니 메주 며느리가 전화로 얘기해 주었다.
걔네들이 된장 깊숙이 들어가 살지는 않으니까 한 겹 한 겹 걷어내듯이 살피라고. 이번 주 내내 살피면서 보이면 그 층을 걷어내고 또 걷어내고 해보라고. 간장 항아리에서 간장을 떠다가 된장 표면을 치덕치덕 하게 만든 뒤 다음 날 속에서 뚫고 나온 구멍이 있음 그 안에 아직 살고 있는 거라고.

차라리 버리고 싶다. 1주일 동안 애벌레가 섞인 된장을 퍼내야 하다니ㅜㅜ

 

나 몰래 파리가 알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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