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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아주 얇은 날

솔초 2019. 8. 9. 23:38

20190809

노래 수업에 오시기로 하고 못 오신 적이 전에도 몇 번 있다. 가끔은 그런 행운을 누리길 바라기도 했다. 연습 안 한 날, 피곤한 날, 만사가 귀찮은 날~

이번 주는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몸이 아플 지경이었고, 음식을 할 여유가 없어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지냈지만, 전처럼 노래 수업이 갑자기 취소됐으면 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는 에너지를 박박 긁어모아서 6시 반까지만 버티자. 일단 노래를 시작하면 없던 힘이 생기기도 하니까, 그렇게 나를 다독이면서 집으로 돌아가 장구를 꺼내놓고 지난 시간에 부른 초한가를 들으면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거의 정해진 시각과 1분의 오차도 없이 오시는 분이, 3,4분만 늦을 것 같아도 미리 카톡을 보내 주시는 분이 약속한 시간에서 8분이 지났는데도 톡이 없다. 거의 월요일에 이뤄지던 노래 수업이 피난민처럼 토요일로 금요일로 옮겨 다니다 보니 수업을 잊으신 것 같았다. 이건 못 오시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에너지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었다. 차를 돌려 다시 우리 집으로 오시겠다는 선생님을 말려 다음 화요일로 수업을 미뤄 놓고 생각한다.

남은 에너지를 박박 긁어모아 버티는 것과 방전 상태가 되어 뻗는 것의 차이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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