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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혁오'가 내게 온 날

솔초 2019. 6. 3. 20:55

20190603

 

9개월째 에어로빅을 하고 있지만 강좌 후반에 10분씩 주어지는 스트레칭 시간에 흘러나오던 음악의 제목을 궁금해하기는 처음이다.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그냥 듣고 혼자서 되새김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이 노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노래가 있었다. 20분이라도 운동하겠다고 뒤늦게 나온 것이 이 노래를 듣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든 노래.

듣느라 몇 번씩 동작을 놓치기도 했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니 아아아아아~’로 이어지는 울부짖는 느낌의 후렴과 남자 보컬의 짙은 목소리, ‘죽겠다로 시작되는 노래가 바로 다음 곡이었다는 것만 기억이 났다,

강사는 내가 말한 위의 단서들을 근거로 시디를 검색했고, ‘혁오의 노래라고만 얘기해 주었다.

혼자서 혁오의 노래를 5곡쯤 들어보다가 제목을 알아냈다. ‘톰보이.

 

혁오의 노래 때문에 오늘 새벽 6시에 수학 여행길에 오른 아이를 떠올렸다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을 혁오의 노래가 끄집어낸 것 같다. 난 엄마가 늘 베푼 사랑에 어색해 그래서 그런 건가 늘 어렵다니까로 시작되는 톰보이첫 가사가 아니더라도, 노래 전반에서 아들 사람의 슬픔, 희망, 불안, 막막함 등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 고백은 스물 몇살이던 혁오이든, 스물 몇살이 될 내 아이의 것일 수도 있다.

 

혁오의 톰보이를 가장 깊게 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10년쯤 후에 내게 묻는다면, 제목도 가수 이름도 모르던 상태에서 까만 기내 캐리어를 끌고 빨간 배낭을 멘 채 학교를 향해 혼자 걷던 새벽 6시 무렵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던 문화센터 에어로빅 교실 매트 위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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