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0413

 

 소중한 무엇을 다루듯이, 어린 아기를 안고 있듯이,  기타를, 소리를,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기타를) 안고 있는 순간이 몹시 행복하다는 듯이... 기타 선율을 따라 물결처럼 그들의 몸도 같이 섬세하게 흔들렸다.

 

'기타가 저런 악기였어?'

 

소리보다도 기타를 대하는 연주자들의 자세와 몸짓, 표정에 이끌렸던 첫 번째 기타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관람. 기타를 배운지 몇 달 안 되었을 때니까 10년쯤 전 일산의 어느 공연장이었을 것이다. 타악기 몇 대가 더 있긴 했지만 기타만으로도 오케스트라가 가능하구나, 처음 알았다.

 

첫 공연은 혼자서, 그 뒤로 두어 번은 인터미션 중에 잠들곤 했던 나의 어렸던 아들과. 어떤 날은 미국에서 10년 만에 귀국한 조카와, 그리고 30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도 한 번, 그렇게 보았다. 같이 보는 사람도, 연주되는 곡도, 공연장도, 어쩌면 연주자 구성도 조금씩 달랐을 수 있겠지만 항상 느끼는 건 기타 소리가 주는 따뜻함이었다.  

앞 줄의 몇몇 연주자들은 모습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맨 앞 줄 왼쪽에 배우 김가현을 닮은 여성 연주자도 있고, 늘 황홀한 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도 있고, 지휘자의 몸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안경 쓴 남자 연주자도 있고,  안경을 쓴 꽁지머리의 남성 연주자도 있었다. 개그맨 류근지를 닮은 남성 연주자도^^몇 년 동안 못 가다보니 두 번째 줄부터는 몽땅 까먹었다. ㅋㅋ

 

매일 쓰는 일기에 공연예고편을 띄우고 있긴 하지만 나는 이 오케스트라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케스트라의  티켓 가격이 좀 더 올랐으면, 재정 상태가 좀 더 빵빵해졌으면, 인천뿐 아니라 서울 공연을, 다른 도시에서의 공연을, 그리고 평양공연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이유로 인천시청에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천시청 홈페이지에 건의문을 올린 적도 있고, TV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 후원해 줄 수 있는 기업이나 후원자가 생길까 싶어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방송 소재로 이 오케스트라를 제안을 한 적도 있다.  시간이 많아서도, 뭘 원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이 오케스트라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연주를 듣고 나서 저절로 생겼을 뿐이다.

내가 첫 연주회에서 받았던 느낌과 따뜻한 기타 소리는 내 몸 어딘가에 새겨진 듯 하다. 살면서 기타를 칠 때도 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 소리들이 내게 주었던 따뜻함은 사람이 줄 수 있는 따뜻함까지 뛰어넘은 것이었다. 적어도 내겐...

티 나지 않았던, 도움되지 않았던 나의 서포터 역할이 실제로도 도움이 되었는지 굳이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오케스트라가 지금보다 더 잘 나가고 지금보다 유명해지기도 했으면 좋겠다.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 52nd 정기연주회'가 4월 28일(일) 오후 4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한 사진 혹은 '리여석 오케스트라'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moogongkitar   를 참고하세요.

 

 

 

4월 28일 공연 일정 및 프로그램
리여석 오케스트라 단원 소개

 

'하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병인이 된 날  (0) 2019.04.15
봄이 없던 날  (0) 2019.04.14
잠들 수 없는 날  (0) 2019.04.12
소리가 불러내는 날  (0) 2019.04.11
독립을 선언하신 날  (0) 2019.04.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