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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일기

일흔넷 -"습관이에요!"

솔초 2019. 5. 30. 22:22

공개수업 일흔 넷.m4a
4.77MB

2019. 05. 22

“오늘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지금껏 했던 수업 중에서… 선생님이 얘기해주시면 그땐 알겠는데, 혼자 부르면 얘기해주신 것을 반영하지 않은 소리가 툭 튀어나와요."

“습관이에요!!!”
선생님이 잘라 말씀하신다.



얼마나 배웠다고 그 사이에 습관이 되었나 보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박도 느려지고, 정해진 박자 안에 가사를 소화하지 못하면 내 맘대로 박자를 늘이곤 한다.

“잠깐 오는 (가사를 처리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느낌들을 계속 (머릿속에) 저장해 두려고 해 주셔야 돼요. 노래를 단박에는 못 고쳐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런 에너지가 있는 느낌이었지’, 이런 게 남아있어야 해요. ‘맞게 불렀다’ 싶을 때에는, ‘아~ 이렇게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게 있어야 돼요. ‘절인지용’을 예로 들면 ‘여긴 뭔가 빨리 당기는 느낌이구나, 절인지용이 나올 때는 이 느낌을 살려서 해봐야지’ 그런 거…

“근데 (이런 상태의 노래를) 제게 들어달라고 (음성파일을) 보내주셔셔ㅋㅋ”

20일(월요일)이던 수업이 오늘(22일)로 옮겨지면서, 슬쩍 걱정이 되었다. '수업이 미뤄지면 틀린 걸 바로잡을 시간이 부족한데, 토요일이 대횐데... 녹음을 해서 보내 드리자.’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주 수업 이후로 연습한 초한가의 음성파일을 월요일, 화요일 두 번 보내드린 것이다. 선생님은,

“근데 직접 들어보셨어요? 녹음하신 거?”

들어보았다면 이런 파일을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서 보내드린 거였고, 칭찬은 아니어도 격려 정도는 예상되는 파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ㅜㅜ

'아, 연습 많이 하셨네요^^'이런 말씀도 아니고, '어디 어디가 이상하고, 어디 어디는 나쁘지 않네요.' 이런 말씀도 아니다. 들어보았다고 하면 도대체 뭘 들어본 거냐 하실 것 같고, 안 들어보았다고 하면 들어보지도 않고 보내는 건 또 뭐냐 라고 하실 것 같다.

“박자에 대한 확신 없이 불러서, 세부적인 것들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내가 음성파일로 보내드린 초한가는 노래라고 보기엔 애매한 것이어서 뭐라 말하기 힘들다, 이런 내용의 말씀을 이어서 하셨다. 비슷한 표현으로 노래 수업 초반에 “이건 노래가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던 것과 비슷한 지적이다.

대회 신청서를 보낸 상태이지만, 이런 상태라면, 박자를 못 잡는다면 대회는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나가면 안 될 것 같다. 3일 후가 대회인데(선생님은 모르시거나 어쩌면 알고도 모른 척하시는 중?), 1년 반 만에 대회에 나가려 겨우 마음을 먹었는데, 어떻게든 박자를, 앞부분 몇 줄만이라도 잡아야 한다.

마치 이번 토요일이 대회인 걸 알고 계시기라도 한 것처럼 매우 강도 높고, 매몰차며, 빈틈없는 수업을 하셨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소화하기도 벅찬.... 그동안에도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가차 없이 다 얘기를 해주시는 분이었지만, 평소보다 더 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쪼개고 쪼개서 지적을 해 주셨다.

‘만고영웅’을 초한가를 배운 첫 날 만큼이나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년째 배우면서도 첫 소절의 박자를 아직 못 맞추고 있었다. 늘 나의 ‘만’은 짧았다.

‘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을 딱 떨어지게 ‘만’!

또 하나. 첫 음인 ‘만을 적정 소리보다 낮게 잡으면 ’으뜸이라, 한신이라, 유인하고, 해산할 제‘ 등의 저음에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이 또한 되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급하게 튀어나오는 음절은 밀어 넣고 늦게 나오는 음절은 당겨주고, 단체로 처지는 소절들은 줄다리기하듯 확 당기고 급하게 나오는 글자들은 천천히, 느리게 나오는 글자들은 서두르도록, 제자리를 못 찾고 미세하게 혹은 눈에 띄게 갈팡질팡하는 음절들을 각자의 길이와 음정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주셨다.

오늘 이전까지, 초한가는 내게 넘어야 할 산이고, 미뤄둔 숙제이고, 마음속의 짐 같은 존재였다. 뒤늦게 지금 그 산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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